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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조봉현 - 입법투쟁기(1) 장애인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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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14 15:04 조회2,9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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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봉현 회원은 장애인법연구회 회원으로서 지체장애인이며, 현재 세무서 과장입니다. 수십 년간 장애인 인권운동에도 앞장서 오면서 정부, 언론사 등으로부터 사회공헌대상 등 각종 표창을 수상하였고, 장애인 권리를 위한 각종 입법 활동에도 앞장서 법제처로부터 2015년 최우수국민법제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조봉현 회원이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하여 활동한 후기를 보내주셔서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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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

 

장애인법연구회 조봉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문화 시설인 국립극장, 그곳 대극장은 해오름 극장과 달오름 극장이 있는데, 장애인은 무대에 쉽게 오를 수 없다. 객석에서 무대 오르는 길은 계단뿐이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도 그렇고, 대표적이 시설이 이럴진대 각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시민회관이나 구민홀, 공공기관 청사, 학교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2년 내에는 적어도 공공시설에서만은 모든 무대에 경사로나 휠체어 승강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장애인편의증진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편의증진법, 장편법 등으로 표현한다) 시행령 개정령이 지난 1월 30일에 공포되었기 때문이다.이 법령은 내가 지난 5년간 보건복지부 등 정부를 상대로 끈질긴 입법투쟁을 전개하여 얻어낸 결과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5년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수도권에서 음악에 재주가 있는 장애인들이 결성한 휠체어합창단, 지난해 10월 어느 문화회관에서 너무 힘들게 공연을 가졌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재주를 가진 그들은 모처럼의 공연을 앞두고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공연당일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절벽에 부딪쳤다. 그 문화회관의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모두 계단이었다. 물론 사전 답사를 통해 문화회관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경사로가 설치되지는 않았다. 출연자들은 하는 수 없이 자비를 들여 공연 당일 목수 3명이 공연 3시간 전부터 경사로를 설치해야 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몇시간을 들여 경사로를 철거했다. 그 합창단은 공연으로 받은 돈의 절반을 경사로 설치에 썼다. 

 

휠체어합창단의 이러한 난관은 어느 구청 구민홀에서도 겪었고, ○○아트센터에서도 겪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탄 채 위험을 무릅쓰고 계단을 통해 무대에 올라야 했다. 이런 경우 위험과 불편도 문제이지만 장애인들이 객석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아가며 계단을 오르면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힘을 빼고 올라간 무대에서 얼마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 어떤 국립대학의 학위 수여식장, 어느 장애인은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영예로운 석사학위를 받게 되었는데, 계단 때문에 학위를 받게 될 단상에 올라갈 수 없었다. 다른 학우들은 레드카펫이 깔린 단상에 올라가서 상도 받고 학위도 받고 하였지만 이 장애인은 혼자만 단상이 아닌 바닥에서 학위증을 전달받아야 했다. 그리고 단상에서 단체 사진촬영, 학우들의 등에 업혀 올라가는 것은 죽기만큼 싫었다. 결국 장애인만 빼놓고 비장애인들끼리만 영광을 나누었고, 장애인은 영광스러운 자리에서마저 바닥에서 서글픈 눈물을 삼켜야 했다이런 일은 여느 공공기관 청사의 강당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장애인도 무대나 단상에 오르고 싶다.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올라 갈수도 있고, 상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고, 연설이나 인사말을 하기 위해서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어느 공연장이나 객석에는 장애인석을 잘 갖추어 놓았다.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에서 모든 관람시설은 1%(그 1%가 1석에 미달할 때는 1석으로 하며, 2,000석 이상인 시설은 20석 이상으로 함)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인데, 이처럼 객석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장애인석 의무화 규정을 두었지만, 무대 접근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장애인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객체일 뿐 주체는 될 수 없다는 인권 차별적 발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내 스스로도 이런 아픔이 생활화 되었기에 이러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 장애인의 무대 접근성 보장을 위한 입법투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일이다.당시 법제처로부터 국민행복 법령만들기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다. 이때 나는 “장애인의 공공시설 무대접근성 보장을 위한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제안”이라는 입법제안서를 냈다.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의 관련 조문에 “무대가 있는 공공시설은 장애인이 혼자서 불편없이 무대에 오늘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축건물이 아니더라도 시설주가 공공기관인 경우에는 1년 내에 의무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부칙조항도 함께 제안하였다. 당시 전문가들의 심사와 평가 및 보건복지부의 수용의사(법령만들기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행한 곳은 법제처이지만, 이 법령의 개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므로 보건복지부의 수용의사가 필요했음)를 거쳐 우수상(전체 12명의 입상자 중 2등)을 선정되었고, 나는 2013. 9. 5. 시상식에서 PPT로 제안내용을 발표하면서 법제처장 등 참석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이어서 보건복지부는 2013. 11월 국무회의시 “2014년도 주요정책과제”를 대통령께 보고하면서 나의 제안대로 “장애인의 공공무대 접근성 보장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의 정책을 시행하겠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언제 그랬냐는 듯이 꿩 구어 먹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시스템 홈페이지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정부가 국민의견에 따라 법령을 개선한 우수사례’로 삽화까지 넣어서 소개를 하였고, 보건복지부가 2014년도 상반기에 관계 법령을 개선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나의 입법투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도와 2016년도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약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세차례나 냈다. 국무회의에서까지 보고를 하고 약속했던 사항인데도 이를 모른 채 하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대통령까지도 속이는 일이 아니냐며 강력한 항의와 함께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특히, 2014년도에는 시행령이 세 번이나 개정되었음에도 이처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철저히 무시되고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 및 정부부처의 홈페이지에 이미 개선된 우수사례로 소개된 내용이 해당부처에서는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애인권익지원과)는 1차 진정 시에는 답변을 해주지도 않고 묵살했으며, 2차 진정서를 제출하자 사과내용과 함께 계속 검토해보겠다는 회신이 왔다. 사실 이 과정에서 전국단위의 어느 유력 장애인단체에도 지원을 호소했지만 그 단체의 대표는 약속만 하고 추진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나의 고독한 입법투쟁은 계속되었다. 2015.7.17. 에이블뉴스와 2015.8.3. KBS 제3라디오에서 나의 입법투쟁 과정과 보건복지부의 입법태만이 보도되었다. 2016년 7월에는 다시 3차 진정서를 냈다. 그리고 2016.10.12. 드디어 보건복지부에서 필자의 제안내용이 담긴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입법예고안을 자세히 검토해본 나는 중대한 오류를 발견하였다.본문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 별표2(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종류 및 설치기준) 제3호〈가목〈(14)〈(나)에서는 “무대에 높이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장애인 등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나의 제안내용이 반영되었으나, 부칙을 보니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었다.

 

제2조(대상시설별 편의시설의 종류 및 설치기준에 관한 경과조치) 이 영 시행 당시 건축허가 신청 등 대상 시설의 설치·변경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시공 중인 대상시설에 관하여는 별표2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하나마나한 개정이 되고 만다. 장애인들이 실제로 이용해야 할 시설은 대부분 종전의 시설이다. 법개정 후에 신축할 시설에만 적용하겠다고 명시할 경우 장애인들이 실제 이용하게 될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이라서 불편해소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불편의 고착화로 나타나, 개정이 아닌 개악으로 가는 상황이 되었다. 심각한 문제는 기존 시설에 대한 면제를 명시한 부칙의 경우, 한 번 정해지면 본조문과 달리 잘못이 있더라도 다시 개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종전 시설에서의 장애인 불편은 영원히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먼저 입법예고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하면서 부칙규정에 다음 사항을 추가해주도록 요청하였다. 

 

제○조(무대시설 경사로 등 설치에 관한 적용례) 별표 2 제3호 가목 (14) (나)의 개정사항에 대하여는 이 영 시행 전에 설치된 대상시설로서 시설주가 국가·지방자치단체이거나 공공기관인 경우에는 제2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 영 시행 이후 1년 이내에 개정규정에 따른 설치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조문에서 의무대상을 관람장으로만 표현하고 있어서 공연이 주용도가 아닌 많은 공공청사의 대강당, 주민홀 등 관련 시설들이 의무설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대상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관람장(무대가 설치된 공공청사의 강당 등 집회시설 포함)”이라고 개정하여, (  )에 준용할 대상을 설명해줌으로써 법취지의 실효성 및 명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하였다. 사실 복지부가 입법예고시 첨부한 규제영향 분석자료에서 이번 개정 이전에 지어진 종전의 공공시설도 모두 무대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신축시설만을 개선대상으로 한 입법예고안은 명백한 착오였다. 

 

나는 복지부가 예고한 개정령안에 이와 같은 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그동안 여러번 속았던 터라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여러 장애인단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입법예고안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바르게 개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여러 장애인 단체들이 공감하고 의견제시에 동참했지만 일부 단체들은 의외로 별 관심이 없었고, 우리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하고 체념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장애인법연구회나 한국근육장애인협회도 단체 및 개인 회원들은 적극 동참해 줬다. 

 

그러나 복지부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입법예고기간이 종료되자 복지부에서 의견제출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는데, 국민들에게 입법예고를 한 것은 찬반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고, 새로운 개정의견을 받는 것은 입법예고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입법예고 의견을 제출한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이러한 회신을 같이 받았지만 더 이상의 문제 제기나 개악을 막는 데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장애인 불편이 고착화 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나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나는 다시 복지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 요지>

○ 입법예고의 근거가 되는 행정절차법 어디에도 찬반의견만 묻도록 되어있지 않을 뿐 아니라, 찬반의견만 묻는 것은 입법예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 제출한 의견은 새로운 개정사항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개정취지와 개정내용이 상반된 명백한 입법오류를 바로잡아달라는 것이므로 당연히 반영되어야 한다.

○ 과거의 입법예고 및 의견반영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수용거부 사유는 납득할 수 없다.

○ 부칙에서 종전의 시설이라도 일정기간 내에 개정규정에 의한 시정을 명시한 경과규정을 두는 것은 일반적인 입법절차이며, 시설주가 국가·지자체 등인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므로 소급입법 금지에도 해당하지 않고, 규제심의 대상에도 속하지 않는다.

○ 부칙은 나중에 다시 개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므로 이번에 꼭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번에도 나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면서도 수용하는데는 완강히 거부하였고, 법제처 심의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는 답변만 했다.

국민법제관으로서 법제처 입법심사에도 자주 참여하여 입법심사 과정과 속성을 잘 알고 있던 나는 장애인의 실상을 잘 아는 복지부에서 수용하지 않았던 사안이 장애인의 실상을 잘 모르는 법제처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는 사실과 복지부가 자기의 잘못을 다른 부처에 떠넘기고 발뺌하려는 속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기다릴 수는 없었다.

 

장애인단체들도 1차 의견제시에는 참여하였지만, 납득할 수 없는 수용거부에도 대부분 의외로 담담했고, 장애인들에게는 절박한 문제였지만 더 이상 개입하려 하지도 않았다. 나홀로 싸움은 계속됐고, 나는 국가인권위원회, 법제처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였다. 해당 법령은 법제처 심사로 넘어가기 전에 규제심사 기간이 길어짐으로써 시간은 다행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현재 복지부가 법령 개정을 잘못하고 있는 바람에 수많은 장애인들이 불편해소는커녕 위험과 불편과 수치심 등 차별현장으로 계속 내몰릴 판이므로 바르게 개정하라는 의견표명을 해달라고 진정서를 보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에는 “인권에 관한 법령(입법과정 중에 있는 법령안을 포함)·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및 그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을 인권위원회의 첫 번째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딱 여기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도 기댈 곳이 못되었다. 인권위는 답변에서 우리 인권위원회는 장애인 차별해소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관람장 등 각종 시설에서도 장애인의 불편이 없는지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등 내가 요구하지도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고는 복지부에 대한 의견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한마디 답변도 없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인권위에서 공공시설에 대한 장애인 불편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대로 했다면 잘 알 것이 아니냐며 복지부의 법령 개악을 막아달라고 2차 진정서를 제출하였지만 2차 답변에서도 불편시설이 있을때 진정서를 제출하면 그때그때 조사해서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할 뿐, 의견표명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법제처에도 민원을 넣었다. 복지부에서 장편법 시행령 개정안이 넘어오면 심사과정에서 개악이 안되도록 바로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제처에서도 만족할만은 답변은 얻지 못했다. 나는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복지부에 공식적인 민원을 계속 제기하였지만, 담당자가 과장이나 국장에게 제대로 보고나 했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담당과장의 메일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어 메일로 과장님께서 직접 챙겨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고, 휴대폰으로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호소문을 보냈으니 꼭 읽어봐 달라는 문자까지 보냈으나, 아무런 반응도 효과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복지부 담당국장이 어느 장애인법 관련 토론회에 인사말을 하기 위해 참석한다는 소문을 듣고 사무실 연가를 내고 곧바로 그 토론회 장으로 찾아가서 그동안 추진했던 자료와 “국장님께 올리는 호소문”를 담당국장의 면전에서 직접 전달하였다.담당국장은 그 자리에서 잘 검토해보겠노라고 약속을 했으므로 며칠 있으면 복지부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겠거니 하고 기대를 하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기에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현재로서는 수용거부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였고, 국장인 과장으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참으로 답답했다.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수단으로 언론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언론에 호소할 수도 있었지만 나도 공직자인만큼 가급적 복지부 공무원들이 곤혼스러운 상황을 맞지않고 조용하게 잘못이 시정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모든 자료를 정리하여 몇몇 언론사에 보냈다. 며칠 후 한겨레신문에서 연락이 왔다. 묻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장애인들의 절박한 호소이니 꼭 보도를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복지부를 직접 취재했던 기자는 “복지부에서 종전의 시설이라도 2년 내에 개정요건을 갖추도록 곧 재입법예고를 하겠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복지부가 드디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내가 신문사에 자료를 보내기 직전만 해도 완강하던 복지부였는데...

 

그리고 며칠후 장애인의 날이 되었다. 복지부의 오류입법을 문제 삼으려 취재를 시작한 신문에서는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하여 나의 입법투쟁 과정과 재입법예고를 이끌어 낸 성과를 소개하는 미담기사로 세상에 내 놓았다.

다음은 2017.4.19.자 한겨레신문 관련 기사의 제목과 부제이다. 

 

장애인들, 무대 향한‘험한 오르막길’4년만에 넘다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용 무대 경사로 의무화 이뤄낸 조봉현씨

공공기관 무대경사로 설치 의무화, 4년여 투쟁 끝에 입법화‘눈앞’

 

그러나 곧 재입법예고를 한다던 복지부는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소식이 없었다. 답답하던 나는 다시 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재입법예고를 촉구했는데, 복지부는 그 후 2017.5.16.자로 내 주장을 모두 담아 관람장의 범위까지 예시하여 종전시설은 2년 내에 개정요건을 갖추도록 재입법예고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6개월이 넘는 후속 절차(규제영향 분석 → 법제처 심사 → 차관회의 → 국무회의)를 2018. 1. 30.자로 공포됨으로써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내가 다시 할 수 있는 일은 의무대상 공공시설들이 앞으로 2년 안에 모든 시설을 갖추도록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홍보 및 감시활동을 하는 일이다. 이제는 전국의 장애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